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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소년사건

간석돌이 2024. 1. 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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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1일 방송된 '아직 끝나지 않았다-1991 개구리 소년'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장혁진, 슈퍼주니어 신동, 스테이씨 시은이 출연했습니다.

 

 

 

 

“개구리소년사건”/

 

때는 1991년 여름, 인천 월미도. 지금은 월미도가 놀이동산처럼 잘 꾸며져 있지만, 당시 월미도에는 놀이동산이 아닌 문화의 거리가 있었어. 그리고 이곳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한 남자가 있어. 남자의 정체는 각설이야.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장단을 뽑아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

그날따라 이 각설이의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어.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남자 몇 명이 고개를 숙이며 뭔가를 나눠주고 있어. 그 종이를 받은 한 여성이 몇 걸음 걷더니, 좀 전에 받은 종이로 자기 신발에 묻은 껌을 떼고는 바닥에 툭 버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가던 길을 갔어. 각설이는 이 광경이 눈에 밟혔어. 그래서 종이를 나눠주는 그 남자들에게 향했어. 그리고 자기도 그거 한 장 달라고 했어. 각설이가 받은 종이를 유심히 살펴본 후, 다시 그들에게 가서 "한 오백장 정도 달라"고 말했어. 왜 각설이는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 이유를 직접 들어볼게.

 

 

 

“개구리소년사건”/

 

"거리에 껌을 많이 뱉고 다녔잖아요. 껌을 많이 씹고 그 시절에는. 그러다 보니까 하이힐에 붙어서 껌이 찍 늘어나고 찐득거리니까 그걸 전단지로 닦아서 버리는 그런 모습을 봤죠. 저희가 테이프를 파는 게 주로 시장통, 그리고 5일장, 그런데를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니까 매일,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죠. 저는 전국으로 다니는 직업이니까, 이렇게 전단지를 나눠주면 저분들한테 좀 도움을 주지 않을까..."

-나주봉, 당시 월미도 각설이

전국을 다니는 직업 특성을 활용해 그 남자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는 거야. 대체 그 종이가 뭐길래, 왜 각설이가 도움을 주려 한 걸까? 바로 이 전단지야.

 

 

 

“개구리소년사건”/

 

대구에서 실종됐던 다섯 명의 소년. 우리가 '개구리 소년'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아이들이야. 월미도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남자들은 개구리 소년의 아버지들이었어. 대구에서 실종된 아이들을 300km나 떨어진 인천까지 와서 찾고 있던 거야.

아들을 찾아 헤맨 수많은 시간들. 그리고 말로 할 수 없는 슬픔, 원망, 절망. 2024년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33년 간의 이야기를, 오늘 들려줄 거야.

 

“개구리소년사건”/

 

1991년은 다섯 아이 중 가장 맏형인 철원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였어. 철원이 아버지는 지금도 철원이의 모습이 눈이 선해. 노을이 내린 골목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아버지를 기다리던 철원이가 힘껏 뛰어와 아버지한테 확 안겨. 이렇게 아들이 품에 파고들면, 아버지는 그야말로 살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대.

 

 

“개구리소년사건”/

 

 

부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야. 아들 둘 가운데 막내였던 철원이는, 집안의 비타민 같은 아이였어.

"일을 하고 오후에 집에 돌아오면 철원이가 골목길에 있다가 '아빠~' 하고 뛰어와 끌어안으면서 '아버지, 돈 100원만' 이라 하던 그런 생각이 나곤 합니다. 철원이가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많이 했습니다. 자기 형하고 같이 저하고 셋이서 즐겁게 스케이트 타는 그런 모습도 있고. 여름이면 해수욕장 가는 거. 홀딱 벗고 뛰어노는 거 그런 걸 좋아했습니다. 딸 같은 아이였습니다. 애교도 많고 재롱도 많이 부리고요. '원아~ 원아~' 원이라고 불렀습니다. '원이 어디 가나?' 이렇게요."

-우종우, 우철원 군 아버지

철원이는 딸 같은 아들이었어. 그리고 또 다른 아이, 호연이도 그런 아들이었대. 초등학교 5학년인 호연이도, 역시 아들 둘 중 애교 담당이었대.

 

“개구리소년사건”/

 

 

"저만 나갔다 들어오면 애교 부리고 그런 기억이 납니다. 큰 애는 애교도 없고 무뚝뚝했고. 호연이는 집에 오면 막 달려들어서 애교 부리고 그랬습니다."

-조남환, 조호연 군 아버지

1991년 3월 26일 오전 8시경. 호연이네 마당에 아이들이 모였어. 호연이를 비롯해 철원이, 종식이, 영규, 찬인이까지 다섯 명이야. 평소에도 이 다섯 아이들은 호연이네 마당에서 자주 놀았어. 6학년부터 3학년까지 나이 차이는 있지만, 매일 붙어 다니는 형제 같은 사이였어. 26일은 평일 화요일이었는데, 왜 학교에 안 갔을까? 이날은 30년 만에 기초의원을 뽑는 선거일이었어. 임시공휴일이었던 거지.

 

 

“개구리소년사건”/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그때, 같이 사는 옆방 청년이 나가 놀라고 한 소리를 했어. 아이들은 그 소리를 듣고 우르르 밖으로 향했고, 그중 몇 명은 집으로 향했어.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던 철원이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온 철원이를 봤어. 철원이는 집에 와서 벽에 걸린 점퍼를 챙기더래. 잠시 후 투표하러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철원이는 다시 친구들과 놀러 밖에 나갔어.

그렇게 외투를 챙겨 입고 다시 모인 아이들. 아이들이 향한 곳은 뒷산, 와룡산이야. 와룡산은 해발고도 300미터 정도,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야. 그리고 주위에 저수지들이 몇 개 있어. 아이들이 산에 간 걸 어떻게 알았냐고? 바로 목격자가 있었어.

 

 

“개구리소년사건”/

 

"슈퍼 있는데 그쯤에서 만났거든요. 만나서 제가, 좀 기다리고 있으니까 애들이 모여서 오길래 자전거 타고 그냥 애들한테 갔는데요…."

-조호연 군 형

"큰애 때문에 거기로 간 걸 알았습니다. 산 입구에 동네가 있었습니다. 동네 거기서 애들하고 헤어졌어요. '빨리 갔다 오너라' 하고 큰애는 자전거 타고 돌아왔고요."

-조남환, 조호연 군 아버지

호연이 형이 목격한 거야. 와룡산 아래 슈퍼 앞에서 우유통과 막대기를 든 아이들을 본 거야. 그리고 목격자는 또 있었어.

 

 

“개구리소년사건”/

 

 

"와룡산에 도롱뇽 알 잡으러 간다고 하고 그러길래, 저도 여기까지 왔다가 산에 올라가는 걸 갈까 안 갈까 망설이다 집으로 갔어요. 그냥 운동장 쪽으로 해서 계단 위로 계속 가던데요."

-같은 학교 친구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와룡산 쪽으로 향한 건 맞는 거 같아. 근데 '도롱뇽 알'을 잡으러 갔대. 우리는 이 아이들을 개구리를 잡으러 갔다가 실종됐다고 해서 '개구리 소년'이라 불렀잖아? 근데 아이들은 도롱뇽 알을 채집하러 갔다는 거야. 그럼 왜 '개구리 소년'이 된 걸까?

 

도롱뇽은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이나 체형은 파충류인 도마뱀과 유사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도롱뇽 알'이란 용어 사용 시, 어린아이들이 공포를 느낄까 봐 '개구리'로 보도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도롱뇽이란 게 낯서니까. '개구리 소년'으로 알려진 이 아이들은 당시 와룡산에서 발견되던 도롱뇽 알을 구하려 집을 나선 것으로 보여.

아이들이 간 루트는, 동네를 나와서 학교 쪽으로 갔다가, 저수지를 지나서 불미골 쪽으로 해서 와룡산으로 간 것으로 추정돼.

 

“개구리소년사건”/

 

그렇게 아이들이 와룡산으로 향하고 얼마 뒤, 아주 이상한 기분을 느낀 한 사람이 있어. 갑자기 엄청난 가슴 통증과 함께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을 느꼈다는 거야. 바로 종식이 어머니였어. 종식이는 9살로, 다섯 아이들 중 막내야. 종식이 어머니는 어떤 걸 느꼈던 걸까?

 

"(형수님이) '삼촌, 굉장히 불안하다 갑자기. 왜 이리 불안한지 모르겠다' 감이 그날 그렇게 안 좋더랍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김병규, 김종식 군 막내 삼촌

종식이 어머니가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오전 11시쯤이었어. 환한 낮,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 시간이야. 그런데 불현듯 불안감을 느낀 거야. 그런데 그 시절에 핸드폰이 어디 있어. 어머니는 그냥 무작정 종식이를 찾아 나섰어. 동네 여기저기를 찾아보는데, 종식이가 안 보여. 다른 집들도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점점 걱정이 되는 거야. 그렇게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다섯 아이들은 모두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alt=“개구리소년사건”

"저녁에 이제 해가 빠졌는데 안 오니까. 대번에 어떤 뭐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가 빠지기 전에 집에 들어오는 애들인데. 안 오니까 '이거 뭔가 잘못됐다' 막 머리가 복잡해요 그때부터요."

-우종우, 우철원 군 아버지

▲ 연기처럼 사라진 아이들

그날 저녁 부모님들은 파출소로 뛰어가. 맨발로 뛰어간 부모님도 계셔.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사라진 실종 신고야. 당시 경찰은, 뭐라고 했을까.

"파출소에서 뭐라고 하는가 하면, '기다려 봅시다', '애 다섯이 나갔는데, 집에 들어오지 왜 안 들어오겠어요'"

-김병규, 김종식 군 막내 삼촌

"돌아올 거라고. 다른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기다리기만 하는 거죠."

-조남환, 조호연 군 아버지

 

 

 

“개구리소년사건”/

 

"자기들끼리 야생마처럼 돌아다니다가 온다, 두고 봐라.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종우, 우철원 군 아버지

부모님들은 절대 이 말을 수긍할 수가 없었대. 아직도 안 돌아올 아이들이 아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거라 확신했어. 그리고 그날 낮에는 예정된 일정도 있었어. 아이들이 태권도 도장을 다녔는데, 임시공휴일인 이날도 태권도 수업은 있었다는 거야. 아이들의 학원 결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는 일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태권도 수업을 너무 좋아했기에 빠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어.

 

"'내일은 선거일이고 해서 하루 쉰다' 하니까 애들이 '내일도 해요'. 그럼 하고 싶은 애들 손들어봐라 하니까 영규, 철원이 그쪽 애들이 다 손들고. '내일도 운동하자' 이러니까 좋다고 펄펄 뛰었죠. 그 전날."

-김명기, 태권도 관장

하지만 아이들은 그날 도장에 나타나지 않았어. 여러 가지 정황이 이상해. 경찰이 돌아올 거라고 걱정 말라고 해도 부모님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아이들이 올라간 방향 부근 불미골도 찾아봐. 작은 흔적이라도 있을까 구석구석 손전등을 비추며 정신없이 뛰어다녔어.

"전화받고 나온 게 한 7시쯤 됐지 싶은데, 와룡산을 밤새도록 헤맸다니까요. 찾아다녔어요."

-김재규, 김종식 군 둘째 삼촌

"자식 잃고 찾으러 안 다니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밤새도록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산에 찾으러 다녔습니다."

-조남환, 조호연 군 아버지

그렇게 자정이 다 되도록, 동네부터 불미골까지 싹 다 뒤졌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어. 1991년 3월 26일, 다섯 아이들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야.

 

 

“개구리소년사건”/

 

금쪽같은 내 아이가 실종됐어. 상상조차 힘겨운 일이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부모님들은, 다음날도 새벽부터 아이들을 찾아다녔어. 이곳저곳을 다니며 목이 터져라 아이 이름을 불렀어.

▲ 이름 모를 발신자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들은 속이 타들어가. 그런데 아이들이 사라지고 며칠 뒤,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 그리고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말에 숨이 턱 막혀. "애들을 데리고 있으니 400만원을 준비해서 대구역 철길에 갖다 두라"는 협박 전화였어.

 

"돈 협박을 하더라고요. 돈 내놓으라고. 자기가 애들을 데리고 있는데 돈 400만원 준비하라, 이런 식으로요."

-김철규, 김종식 군 아버지

이 전화는 종식이의 외갓집으로 온 전화였어. 종식이 외갓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종식이가 알려줬을까? 부모님들도 종식이한테 알아냈을 거라 생각했어. 심각한 상황이지만, 부모님은 한 편으로 희망을 가졌어. 이 놈만 잡으면 아이들을 찾을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

대구역 어두운 선로. 경찰들이 여기저기 잠복에 들어갔어. 부모님들도 근처에서 숨 죽인 채 지켜보고 있어.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고, 어두운 선로에는 조용한 적막만 흘러.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거야. 희망에 부풀었던 부모님은 고개를 떨구고 집으로 돌아왔어.

전화를 건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유괴범일까? 그건 알 수가 없어. 이 유괴범이란 사람의 전화가 더 이상 오지 않았거든. 근데 이 전화뿐만이 아니야.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엄청나게 많은 전화들이 쏟아져.

 

“개구리소년사건”/

 

"천만원만 요구합니다. 꼭 갖고 오셔야 돼요."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부터

"(네 이름이 뭔데?) 김종식. (장난 전화 하면 안 돼 알았지?) 되는데예"

장난전화까지.

이런 장난 전화와 허위 제보로 전화통에 불이 나는 거야. 심지어 '범인은 누구다'라고 말하는 전화도 있었어. 경찰이 확인해 보니, 자신에게 돈 빌리고 도망간 사람을 찾으려고, 채무자를 유괴범으로 허위 제보한 거였어. 이참에 경찰을 통해 찾으려는 심보로.

그러던 어느 날,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전화가 와. 종식이 집에 걸려온 전화야.

 

 

 

“개구리소년사건”/

 

"여보세요?"

"엄마~"

"니 종식이가?"

"응"

그러고 끊었어. 종식이 엄마는 이 목소리가 종식이 같았대. 실종되기 전에 종식이 노래를 녹음한 게 있는데, 그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렸거든. 이 전화 목소리를 전문가가 성문 분석을 해봤는데, '판단 불가'야. 유사성은 있으나, 단서가 너무 짧아서 확인이 어렵다는 거야.

이렇게 쏟아지는 제보들에 시달리기 한 달째.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해. "애들이 가출한 거래", "제일 큰 애가 동생들 데리고 나갔다던데?"라며, 다섯 아이 중 가장 큰 아이였던 6학년 철원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집단 가출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진 거야. 부모님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문이지. 한 번은 철원이 어머니가 그 당사자인 줄 모르고, 면전에 대고 이 이야기를 한 사람도 있었어. 그 얘기를 들은 철원이 어머니는 이런 말을 했어.

 

"제가 그 제일 큰 애 엄마입니다. 우리 철원이 절대 그런 애 아닙니다. 애들 끌고 가출할 애 아니에요. 착한 아이예요 우리 철원이…"

욕을 하고 악다구니를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대.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조용히 항변할 수밖에 없었대. 아이들이 실종된 이후, 부모님들은 죄인이고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야.

▲ 도로 위의 아버지들

경찰의 수색도 이뤄졌어. 만화방, 오락실, 빈집, 농수로, 500개가 넘는 맨홀, 화장실 정화조까지 수색했어. 특히 와룡산은 대대적인 수색이 펼쳐졌어. 와룡산 주변 저수지에는 잠수부가 투입됐고, 와룡산 상공으로는 헬기 수색도 진행됐어. 당시 와룡산 나무들이 키가 작고 숲이 우거지지 않은 상태라, 위에서 보면 아래가 잘 보였대.

"형님한테 물어봤어요. 헬기 타니까 잘 보이던가요 물으니까, 밑에 다 보이더래요."

-김종식 군 막내 삼촌

"담뱃갑 껍질이 바람에 펄럭이는 거까지 다 보이더래요. 낮게 날아 돌아다니니까요."

-우철원 군 아버지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어.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아이들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자, 부모님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됐어.

 

 

“개구리소년사건”/

 

 

"보물 같은 존재가 없어졌으니까. 우리는 우리 자력으로, 우리 아이들을 찾고 싶다. 제보가 오면 자다가도 어디로든 간다."

-우철원 군 아버지

"오직 우린 자식 찾겠다고 돌아다녔죠. 다섯 부모들이 다 그랬습니다. 생업을 다.. 아무것도 못하고 오직 자식만 찾겠다고 돌아다녔죠."

-조호연 군 아버지

 

직장도 그만두고 트럭을 한 대 구했어. 전단지와 아이들 사진을 크게 뽑고, 꼼꼼히 코팅해. 우리 아이들 얼굴이 비에 젖으면 안 되니까. 이 트럭을 타고 아버지들이 전국을 다니기 시작한 거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역전, 백화점, 터미널, 가리지 않고 차를 세워. 우리 아이들 꼭 좀 찾아달라고, 제보해 달라고 부탁하며 전단지를 나눠줬어.

사람들은 전단지를 잘 받아주기도 하지만, 아까 처음에 말한 것처럼, 전단지로 신발에 붙은 껌을 떼어 버리기도 했어.

 

“개구리소년사건”/

 

 

"어떤 사람은 전단지를 주면은 돌아다니다가 구겨서 던지는 사람도 있고요. 어떤 곳은 주면은 이걸로 쓰레기를 싸서 버리는 것도 있고, 그냥 뭉텅이로 버려진 데도 있고요. 속상한 일이 많았죠."

-우철원 군 아버지

어떤 날은 이런 일도 있었어. 트럭을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데, 보니까 뒤에서 택시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쫓아오는 거야. 그리고 창문 밖으로 트럭을 세우라고 손짓해. 급하게 갓길에 트럭을 세웠어. 그러자 택시기사도 따라서 차를 세우더니, 트럭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그리고 뭔가를 쓱 내밀었어. 만 원짜리 다섯 장, 돈이었어.

"얼마 안 되지만, 이걸로 어디 가서 뜨끈하게 식사라도 하세요. 힘내십시오!"

고생한다면서 그 마음 알 거 같다고 손을 잡아 주시는 분. 그런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어.

그리고 아버님들이 특히 고마워하는 사람이 한 분 있어. 거리로 나선 아버지들과 동행해 준 사람. 바로 처음에 말한 월미도 각설이 나주봉 씨야. 각설이 공연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면, 아버지들은 전단지를 나눠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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